별 기대 없이 틀었다가 티슈를 집었다 — 애니메이션 모아나(2016)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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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나(2016) — 처음 봤을 때 그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 별 기대 없이 틀었다. 그냥 배경 삼아 켜놓으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티슈를 집고 있는 내 손을 발견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이렇게까지 감동적일 수 있구나, 새삼 놀랐다. 오늘은 2016년에 개봉해 지금도 많은 사람의 플레이리스트에 OST가 남아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모아나'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작품 기본정보
'모아나'는 2016년 북미에서 먼저 개봉하고, 국내에서는 2017년 1월 선보인 미국 3D 컴퓨터 애니메이션 뮤지컬 모험 영화다. 감독은 '인어공주'와 '알라딘'을 만든 디즈니의 베테랑 콤비 론 클레먼츠와 존 머스커이며, 여기에 돈 홀과 크리스 윌리암스가 공동감독으로 함께 참여했다. 음악은 뮤지컬계의 전설이라 불리는 린 마누엘 미란다가 참여해 작곡했다.
장르는 뮤지컬 모험 애니메이션인데,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영화라고 선을 긋기엔 이야기 구조가 꽤 묵직하다. 자아 발견, 책임, 용기, 그리고 자연과의 화해라는 주제를 폴리네시아 신화를 배경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어른이 봐도 충분히 울림이 크다.
어디서 볼 수 있나요
현재 '모아나'는 넷플릭스에서 독점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다. 별도 구매 없이 넷플릭스 구독만 있으면 바로 볼 수 있으니 접근성이 아주 좋다. 주말 저녁,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틀어놓기에 딱 좋은 작품이다. 혹시 아직 못 봤다면 정말 지금 당장 재생 버튼을 눌러야 한다.
줄거리 요약
때는 약 천 년 전. 반신 마우이가 대지의 여신 테 피티의 심장을 훔친다. 심장을 잃은 테 피티는 불의 괴물 테 카로 변하고, 마우이는 테 카에 패해 바다 밑으로 사라진다. 그 이후 세상은 서서히 어둠에 잠식되기 시작한다.
수백 년이 흐른 뒤, 폴리네시아의 작은 섬 모투누이에는 추장의 딸 모아나가 자란다. 모아나는 섬의 경계 너머 바다를 동경하지만, 아버지는 섬 밖으로 나가는 것을 금지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섬에 이상한 변화가 찾아오고, 할머니 탈라가 오래된 비밀을 알려준다. 바다가 모아나를 선택했다는 것. 테 피티의 심장을 되찾아야만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것.
결국 모아나는 바다로 나선다. 처음에는 자신도 없고 두렵기만 하다. 하지만 마우이를 만나고, 거대한 바다를 항해하며, 수많은 위기를 헤쳐나가면서 조금씩 성장한다. 이 여정이 단순한 모험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게 이 영화의 핵심이다.
여러분은 어릴 때 '나는 왜 여기 있어야 하지?'라는 질문을 해본 적 있나요? 모아나의 이야기가 그래서 더 가슴에 꽂히는 것 같다.
주요 출연진
음악을 담당한 린 마누엘 미란다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과 '인 더 하이츠'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작곡가다. 그가 폴리네시아 전통 음악과 현대 팝을 결합해 만들어낸 넘버들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머릿속을 맴돈다. 특히 'How Far I'll Go'는 모아나의 내면을 가장 잘 표현한 곡으로, 공개 직후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관람 포인트 — 이것만큼은 꼭 주목하자
폴리네시아 문화의 놀라운 재현
디즈니는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오세아니아 출신 문화 자문단 '오케아노아'를 구성했다. 피지, 사모아, 하와이, 타히티 등 다양한 폴리네시아 문화권 전문가들이 수년에 걸쳐 참여했다. 그 덕분에 배경, 의상, 항해 방식, 심지어 문신 패턴까지 세밀하게 고증됐다. 그냥 "이국적으로 예쁘게" 만든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화면 구석구석을 들여다볼수록 정성이 느껴진다.
기존 디즈니 공주 서사의 파괴
모아나에게는 로맨스 상대가 없다. 왕자도 없고, 첫사랑도 없다. 이 영화의 주제는 오롯이 '모아나 자신'이다. 누군가를 위해 강해지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바다로 나선다. 기존 디즈니 공주 영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부분이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다.
린 마누엘 미란다의 음악
'How Far I'll Go', 'You're Welcome', 'Shiny' 등 각 곡이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마우이가 자신을 자랑하는 'You're Welcome'은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고, 악당 코코넛 크랩 타마토아의 'Shiny'는 데이비드 보위 스타일의 화려한 글램록 풍이다. 이렇게 한 편의 영화 안에서 장르가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장점과 아쉬운 점
장점
첫째, 시각적 완성도가 압도적이다. 바다의 파도, 물결, 빛의 굴절까지 CG 기술이 당시 기준으로 최고 수준이었다.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둘째, 주인공 캐릭터가 입체적이다. 모아나는 겁도 나고 실수도 하고 좌절도 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더 공감을 부른다. 셋째, 결말의 반전이 인상적이다. 적이라고 생각했던 존재의 진짜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은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다. 과연 테 카의 정체가 무엇인지, 직접 확인해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아쉬운 점
굳이 아쉬운 점을 찾자면, 중반부 전개가 다소 공식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녀가 역경을 이겨내며 목적지로 향한다'는 큰 틀 자체는 디즈니 모험 영화의 전형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그 공식을 얼마나 잘 채워 넣느냐가 관건인데, 이 영화는 충분히 잘 채웠다고 본다. 또한 조연 캐릭터들의 서사가 좀 더 깊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국내외 평점과 반응
국내 반응은 굉장히 뜨거웠다. 네이버 네티즌 평점은 8.85점, 실제 관람객 평점은 무려 9.42점을 기록했다. 관람객 평점이 더 높다는 건 직접 보고 나서 더 좋아졌다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기대 이상'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해외에서는 영화 평론 집계 사이트 Metacritic에서 80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시기 디즈니의 또 다른 히트작들인 '라푼젤', '주먹왕 랄프', '겨울왕국', '빅 히어로 6', '주토피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수준이다. 평단은 특히 시각적 완성도와 음악, 그리고 모아나라는 캐릭터 자체에 높은 점수를 줬다.
비슷한 작품 추천
'모아나'를 재미있게 봤다면 같은 디즈니 라인업의 다른 작품들도 분명 마음에 들 것이다. 먼저 '겨울왕국'은 자매의 유대를 중심으로 풀어낸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모아나와 마찬가지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중심에 선다. 'Let It Go'로 대표되는 음악의 힘도 비슷한 감동을 준다. '주토피아'는 뮤지컬 요소는 없지만 사회적 메시지와 탄탄한 스토리로 어른 관객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라이온 킹'은 클래식 디즈니의 감동을 그대로 담고 있으며, 자신의 정체성과 책임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여정이 모아나와 주제적으로 맞닿아 있다.
결말 해석 그리고 속편 이야기
결말 — 테 카의 정체가 주는 울림
이 영화의 결말에서 가장 중요한 반전은 테 카의 정체다.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불의 괴물 테 카는 사실 심장을 잃어버린 테 피티 자신이었다. 모아나는 싸워 이기는 방식이 아니라, 테 카에게 다가가 심장을 돌려줌으로써 세상을 구한다. 이 장면이 많은 관객을 울렸는데, 나 역시 그랬다. 누군가를 상처에서 구하는 방법이 때로는 싸우는 것이 아니라 다가가는 것임을 이 장면이 조용하게, 그러나 강하게 말해준다.
여러분은 누군가의 분노 뒤에 숨겨진 상처를 알아차린 적이 있나요? 모아나가 테 카에게 한 것처럼.
속편 '모아나 2'
2024년 '모아나 2'가 개봉하면서 모아나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1편의 감동을 아직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속편도 함께 챙겨보면 좋겠다. 단, 이번 리뷰는 어디까지나 2016년 1편에 대한 이야기임을 밝혀둔다.
최종 한줄평
바다가 선택한 소녀의 이야기가 아니라, 스스로를 선택하는 법을 배워가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 — '모아나'는 디즈니가 오랫동안 건네지 못했던 가장 솔직하고 따뜻한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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