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귀환 - '가능한 사랑', 164분의 무게를 견딜 준비가 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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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기본정보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심장이 한 번 쿵 내려앉았다. 이창동. 그 이름 석 자만으로도 이미 어느 정도 각오가 된다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그의 영화를 보고 나서 멀쩡하게 집에 돌아온 기억이 별로 없으니까.
'가능한 사랑'은 2026년 공개를 앞둔 이창동 감독의 신작 장편 드라마 영화다. 제작국은 대한민국이고, 러닝타임은 164분. 짧지 않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가 원래 호흡이 긴 편이긴 하지만, 164분이라는 숫자는 그 자체로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것을 담으려 하는지를 암시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개봉 전부터 국제영화제에서 이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제83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제51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베네치아 경쟁 부문이라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무게감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어디서 볼 수 있나
국내 관객들은 극장에서 먼저 만날 수 있다. 2026년 3분기 중 극장 개봉이 예정되어 있고, 이후 4분기 안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극장과 넷플릭스 두 루트로 볼 수 있다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만큼은 극장에서 보기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버닝'을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그 침묵의 밀도와 화면의 질감이 만들어내는 압박감은 집에서 작은 화면으로는 절대 똑같이 느낄 수 없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164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부담스럽더라도, 극장에서 그 호흡에 온전히 몸을 맡겨보는 경험은 분명 다를 것이다.
줄거리 요약
이야기의 출발점은 두 부부다. 한 쌍은 직장에서 해고된 노동자 부부. 또 다른 한 쌍은 부유한 다큐멘터리 감독 여성과 그 남편이다. 이 두 세계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매개로 만나게 된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보자.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의 관계를 만들어낸다. 그 관계 안에서 권력 차이, 계층 차이, 그리고 그럼에도 발생하는 감정들이 교차한다. '가능한 사랑'이라는 제목이 그래서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 상황에서 사랑이란 게 과연 가능한가, 라는 질문을 제목 자체가 던지고 있는 것 같다.
이창동 감독이 그려온 인물들을 떠올려보면 이 설정이 낯설지 않다. 그는 늘 경계에 선 사람들을 다뤄왔다. 해고된 노동자라는 설정, 그 위에 얹히는 다큐멘터리의 시선이라는 구조. 이것이 어떤 균열을 만들어낼지, 솔직히 기대보다 두려움이 먼저인 것도 사실이다.
주요 출연진
전도연 - 미옥 역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자이자, 한국 영화 역사에서 가장 묵직한 이름 중 하나. 전도연이 이창동 감독과 다시 만난다는 사실만으로 이 영화는 이미 특별한 위치를 갖는다. 두 사람은 '밀양'(2007)에서 함께 작업한 바 있고, 당시 전도연의 연기는 지금도 한국 영화 연기의 기준점으로 회자된다. 그 조합이 다시 완성된다는 건 정말이지 쉽게 흘려보낼 수 없는 일이다.
설경구 - 호석 역
설경구는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2000)과 '오아시스'(2002)를 통해 이미 두 번 그 세계를 경험한 배우다. 해고된 노동자 부부 중 한 명인 호석 역을 맡았다. 이창동의 카메라가 담아내는 일상의 고통과 균열을 설경구만큼 육체적으로 소화해내는 배우가 많지 않다는 걸, 그의 필모그래피는 이미 증명하고 있다.
조인성 - 상우 역
조인성의 이름이 이 캐스팅 리스트에 올라왔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을 것이다. 이창동 감독 영화와의 조합이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인성은 근래 들어 '사랑의 불시착', '킹덤' 등에서 보여준 스펙트럼보다 훨씬 넓은 연기 영역을 가진 배우다. 이창동 감독의 선택이 틀린 적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조인성이 어떤 얼굴로 이 영화에 등장할지가 진심으로 궁금하다.
조여정 - 예지 역
부유한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 측의 인물로 보이는 예지 역을 맡은 조여정. '기생충'에서 계층적 순진함과 무심한 잔혹함을 동시에 담아냈던 그 연기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 역할에서도 비슷한 결의 긴장감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조유리
아이즈원 출신의 아이돌 조유리가 이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렸다. 배역 세부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창동 감독이 비전문 배우나 이질적인 이력의 배우를 캐스팅해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낸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화제성 캐스팅으로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관람 포인트
계층과 시선의 충돌
이창동 감독은 언제나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감정과 정면으로 충돌시킨다. 이번 영화에서 다큐멘터리라는 장치는 굉장히 영리한 선택이다. 카메라를 든다는 것, 그 행위 자체가 이미 권력 관계를 내포한다. 부유한 감독이 해고 노동자를 '찍는다'는 구도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폭력성을 이 감독이 어떻게 다룰지, 이것만으로도 극장에 갈 이유가 충분하다.
이창동식 리얼리즘
'버닝'을 떠올려보자. 그 영화에는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현실처럼 느껴졌다. 이창동의 영화는 단단한 인과론적 서사와 강렬한 이미지를 결합해 리얼리티의 복합성을 증명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 방식이 '가능한 사랑'에서 어떻게 변주될지는 분명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제목이 품은 질문
'가능한 사랑'. 이 네 글자가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계층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은 가능한가. 착취적 구도 위에서 진짜 감정은 성립할 수 있는가.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창동 감독이 이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아니면 답을 내놓지 않을지, 그것 자체가 이 영화의 핵심이 될 것이다.
장점과 아쉬운 점
기대되는 장점
먼저 캐스팅만으로도 한국 영화 역사에 남을 라인업이다.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 이 이름들이 한 화면 안에서 이창동 감독의 연출을 받는다는 것은 단순한 기대 이상의 사건이다. 베네치아 황금사자상 경쟁 부문 초청이라는 사실도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신뢰를 높여준다. 쉽게 허들을 낮추지 않는 영화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넷플릭스와의 협력 덕분에 글로벌 관객에게도 동시에 닿을 수 있다는 점은 한국 영화 입장에서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이창동 감독의 세계관이 더 넓은 시청자와 만나게 된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미리 생각해볼 아쉬운 점
164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솔직히 일반 관객에게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이창동 영화가 원래 상업적 흥행보다는 예술적 가치 쪽에 무게가 실리는 편이기도 하고. '버닝'도 국내에서는 관객 수가 많지 않았다. 이 영화 역시 넓은 대중보다는 특정 취향의 관객과 깊게 만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걸 아쉽다고 해야 할지, 그게 오히려 이창동 영화의 본질이라고 해야 할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비슷한 작품 추천
'가능한 사랑'이 기다려진다면, 혹은 이창동 감독이 처음이라면, 먼저 그의 이전 작품들부터 보기를 권한다. 순서대로 경험하면 더욱 좋다.
박하사탕 (2000)
이창동 감독 특유의 시간 역행 구조가 처음 폭발적으로 드러난 작품. 한 인간의 삶이 어떻게 망가지는가를 거꾸로 보여주는 방식이 충격적이다. 설경구의 연기를 원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영화를 먼저 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오아시스 (2002)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사회에서 배제된 두 사람의 사랑을 그린 작품. 문소리의 연기가 영화 내내 심장을 쥐어짠다. '가능한 사랑'의 계층 간 감정이라는 주제와 연결고리가 있다.
밀양 (2007)
전도연이 칸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로 그 작품. 용서와 신앙, 그리고 상실에 대한 이야기인데, 보고 나면 한동안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그것이 좋은 영화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버닝 (2018)
이창동의 가장 최근작이자 가장 현대적인 작품. 청년 세대의 박탈감과 계층 갈등을 스릴러적 긴장감으로 감싼 영화다.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을 원작으로 하지만 이창동의 손을 거치면서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됐다. '가능한 사랑'의 계층 구도와 가장 직접적인 연결점을 갖는 작품이기도 하다.
최종 한줄평
164분짜리 질문 앞에 앉을 준비가 됐다면, 이창동은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불편하고 훨씬 오래 남는 대답을 들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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